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my life & my hobby

<연탄길><행복한 고물상>저자 이철환




나에게도 어릴적 삶과 죽음을 같이할 것 같던 4총사가 있었습니다.
우리 4총사가 전부였으며 
우리의 우정은 영원할 것 같았지만
물론 지금 우리의 우정은 변함이 없지만

하지만 매일볼 수 있었던 친구들은 이제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 하고
서로의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 4총사의 기세는 다소 누그러졌습니다.
그래도 친구는 친구니까요...
그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...
아직 내 책상에 붙여있습니다. 




치열함 속에서도 따듯한 년말년시되시기를..........

 

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. |
|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. |
| 이럴 리가 없는데.....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..... |
|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. |
|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. |
| |
| 바로 그 때 |
|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. |
| "철환씨, 어쩌죠.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.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...." |
| "왜 뛰어왔어요.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..... 이마에 땀 좀 봐요." |
|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. |
| "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. 죄송해요." |
|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. |
|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. |



| |
|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. |
| |
| '철환아, 형주다. |
| 나 대신 아내가 간다. |
|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. |
|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|
| 이 좋은 날,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. |
|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. |
|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. |
|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. |
|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. |



 
| 하지만 슬프진 않다. |
| 잉게 숄의 <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>을 |
|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|
|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. |
|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|
|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|
|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|
| 나는 외롭지 않았다. |
|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|
| 이원수 선생님의 <민들레의 노래>를 읽을 수 있으니 |
|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. |
| 밥을 끓여먹기 위해 |
|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. |
| 나 지금,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|
|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. |



 
| "철환이 장가간다.... 철환이 장가간다.... 너무 기쁘다." |
| 어제 밤,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|
|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. |
|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|
|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|
| 가슴을 파고들었다. |
|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. |
|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. |
| 신혼여행가서 먹어라. |
| 철환아, 오늘은 너의 날이다.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. |
| 친구여....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|
| 마음 아파해다오. |
|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. |
| 해남에서 형주가' |
|

|
 
|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.... |
|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.... |
|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. |
|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. |
| "형주 이 놈, 왜 사과를 보냈대요. 장사는 뭐로 하려고....." |
|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. |
|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.... |
|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..... |
|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..... |
| 이를 사려 물었다. |
|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|
|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|
|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. |
|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. |
|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. |
|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. |
|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.....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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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<연탄길><행복한 고물상>저자 이철환 |